이번 글에서는 2022년에 적발되어 2023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음주측정거부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을 포함하여, 총 6회의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었고 음주 수치도 0.167%로 무척 높은 사건이었다.
게다가 교차로에서 이륜차와 사고까지 발생했고, 2019년에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3년 만에 재범한 것이라 실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날 있었던 의뢰인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 결과, 무척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모든 숫자가 실형을 가리켰던 사건
음주운전 6회. 이륜차 사고. 2019년 직전 처벌 후 2022년 재범.
서류상으로는 전형적인 ‘상습 음주운전자’다. 법원은 이런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본인도, 다른 사람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에도 그런 논리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피고인은 2019년까지 음주운전으로 6회 처벌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여 이륜차와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으므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 논리에 반박할 여지가 있을까? 숫자만 놓고 보면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지만 나에게만 있는 특별한 양형사유를 찾아내는 과정
나는 의뢰인과 법률 상을 하며 아래와 같이 묻곤 한다.
“왜 그날 술을 마셨습니까?”
많은 변호사들이 이 질문을 건너뛴다. 어차피 음주운전 자체가 문제인데, 왜 술을 마셨는지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법원은 다르다.
‘단순히 친구들과 놀다가 귀찮아서 운전한 음주운전’과 ‘부득이한 사정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게 된 음주운전’을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이 의뢰인의 대답은 이랬다.
“직장 동료의 부인이 심장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 동료가 힘들어하는 걸 봐왔고, 그날도 많이 지쳐있더라고요.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술자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자신의 유흥을 위해서가 아니라, 힘든 동료를 위로하기 위해 술을 마신 것이다.
이것이 음주운전을 정당화하는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나만의 양형사유’를 만들어나가는 첫 단추다.

이륜차 사고는 음주운전 때문이 아니었다
검찰과 법원은 이 사건을 이렇게 봤을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현실화된 사건이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나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 진술, 도로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이 사고는 맞은편 이륜차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었다.
의뢰인이 음주 상태가 아니었어도 똑같이 발생했을 사고였다.
이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음주운전 도중 발생한 사고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확대 해석된다면 형량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나는 변호인 의견서에 사고 경위를 상세히 분석하여 첨부했고, 이륜차 운전자의 과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왜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았습니까?”
법원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의뢰인의 답변은 이랬다.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계속 배정이 안 됐습니다. 30분을 기다려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몰고 대리기사가 더 잘 잡히는 큰 도로 쪽으로 이동하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상황이다. 유달리 대리기사가 잘 배정되지 않는 스폿이 있다.
의뢰인은 음주 상태에서 장거리를 운전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대리기사를 다시 배정받기 위해 큰 도로로 차를 이동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것 역시 음주운전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일삼는 사람’과 ‘대리기사를 부르려다 어쩔 수 없이 짧은 거리를 운전한 사람’은 다르다.

세 가지 입증으로 사건의 성격을 바꾸다
나는 이 사건에서 세 가지를 입증했다.
첫째, 의뢰인이 술을 마신 이유는 타인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둘째, 사고는 음주운전과 무관하게 상대방 과실로 발생했다.
셋째, 운전한 이유는 대리기사를 다시 배정받기 위해 자리를 옮기려던 것이었다.
이 세 가지가 입증되면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상습 음주운전자가 또 술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 낸 사건’에서 ‘선한 의도로 술을 마셨고, 대리기사를 부르려다 어쩔 수 없이 운전하게 된 사건’으로 말이다.
물론 음주운전은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법원은 ‘왜’를 본다. 그리고 그 ‘왜’가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실무상으로 운영되는 선처 사유에 부합한다면, 형량은 달라진다.
음주운전 사건은 본질적으로 ‘위험해서’ 처벌하는 것인데, 피고인의 위험성 자체가 낮게 평가된다면 당연히 형량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 사건은 집행유예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음주운전 전력이 많다고, 사고가 났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서류상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변호사를 만나면, 당신은 숫자로만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변호사를 만나면, 당신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의뢰인이 미처 몰랐던 ‘나만의 선처 사유’를 발굴해내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진정한 음주운전 사건 변론이다.